– 보관·운송 쉬운 메탄올, LNG 대체 연료 각광
– 머스크 ‘입도선매’… 신규 공급처 찾을지 관심
한국 대표 해운사 HMM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신조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종합상사 현대코퍼레이션이 HMM의 메탄올 공급망 구축을 준비에 들어갔다.
향후 대체 연료로 꼽히는 메탄올 시장에서 제품 교역, 선박용 연료 공급 사업 등을 담당하던 종합상사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탄올은 황산화물 및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높고,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보관과 운송이 쉽고, 항만 등 기존 기반시설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자본투자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17일 종합상사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발주한 메탄올 추진선의 안정적인 연료 확보를 위해 현대코퍼레이션, 프로만(Proman), PTTEP, 유러피안에너지(European Energy) 등 5개사와 메탄올 생산 및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나머지 한 개 회사는 국적 및 사명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 주요 항만에서 메탄올을 연료로 공급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에 나서는 한편 친환경 메탄올(그린 메탄올) 생산에 대한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HMM의 2만4000TEU급 알헤시라스호가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 /HMM
현대코퍼레이션은 과거 HMM 등 국내 해운사들에게 전통적인 선박 연료유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을 해왔다. 다만 화학 제품 교역(트레이딩) 영역에서 메탄올을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HMM과의 협약을 계기로, 관련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MM이 한국조선해양, HJ중공업과 메탄올 추진선 신조 계약을 이미 체결한 만큼, 연료공급 분야 협약도 본 계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을 제외하고 이름이 공개된 해외 3사는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그린메탄올 합성을 추진하고 있는 업계 선발 주자들이다. 특히 프로만과 유러피안에너지는 메탄올 추진선 도입에 가장 먼저 나선 글로벌 2위 물류 그룹 머스크(A.P. Moller Maersk)에 2025년까지 각각 10만톤, 30만톤의 메탄올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메탄올 공급이 매우 제한돼 있어, 현재까지 공개된 신조 계획 상의 잠재 수요를 충족하는 것도 버겁다는 점이다. 선두 주자 머스크는 제작중인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의 9개 파트너로부터 합성 메탄올은 물론 바이오 메탄올까지 연간 150만톤(2025년 기준)을 입도선매했다. 공급 거점을 기준으로 미주의 선가스, 유러피안에너지, 오스테드, 프로만, 카본싱크, 웨이스트퓨얼과 중국의 CIMC엔릭, 데보, 그린테크놀로지뱅크 등이 머스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일부 회사는 생산량 전체를 머스크에 넘기기로 했다.
머스크가 발빠르게 움직인 이유는 현 시점에서 전세계 메탄올 수급 균형이 연간 약 20만톤 규모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선박용 연료 부문 없이 기존 화학 산업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한 수요다. 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방식을 통한 친환경 메탄올(그린 메탄올) 생산 기술은 아직까지 한계가 많다. 향후 메탄올 수급을 놓고 큰 혼란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메탄올 추진선이 건조된 뒤에도 당분간은 ‘이중연료 추진선’의 장점을 살려 기존의 선박용 연료유 사용 비율을 높게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의 조선소에서 향후 2026년까지 쏟아질 메탄올 추진선은 100척에 육박한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컨테이너선 물량만 54척이다. 머스크, HMM 외에도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등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결과다.
종합상사 중에는 현대코퍼레이션 외에 삼성물산, LX인터내셔널 등이 다른 산업 영역의 활용을 위한 메탄올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
2023년 2월 17일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