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회장 신전략 제시. “소규모 투자후 10년 큰 그림”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이 국내 강소기업과 손잡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투자형 종합상사’로 거듭난다. 상품·기술은 있지만 판로 개척 등 해외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규모 회사와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상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 길을 뚫는 형태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창립 45주년이었던 지난해 회사 이름에서 종합상사를 지우는 결단을 했던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사진)은 앞으로 10년간 사업전략을 ‘소확성(작지만 확실한 성과)’이라고 정의했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이다.
1일 현대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30여 개국 법인장 등 임직원 80여 명이 참석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향후 10년은 작은 규모의 다양한 투자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며 “10년의 ‘소확성’이 쌓여 우리 체격·체력이 단단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큰 규모의 사업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을 분산시키고 최소화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말한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위한 전제조건은 ‘진흙 속 진주 찾기’다. 기술력만 보면 세계 무대서 충분히 통할 우리나라 중소·강소기업을 발굴해 해외에 동반 진출하기 위해서다. 파트너십은 지분 투자나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형태로 맺을 계획이다. 여기서 멈추면 투자회사 역할에 그치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은 기존 무역·트레이딩 사업서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한다는 점에서 ‘투자형 종합상사’ 모델인 셈이다.
현재 현대코퍼레이션은 국내 한 기계부품 소재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앞서 버섯 생산업체인 그린합명,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업체인 베름, 가정간편식 스타트업인 오픈더테이블 등에 지분 투자도 했다. 발굴 지역도 국내로 제한하지 않는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호주 파트너사와 현지에서 지게차 렌탈사업을 준비 중이며, 일본과 미국에서도 태양광 패널 재활용 비즈니스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작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차 부품 기업인 신기인터모빌의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 것처럼,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이 안 든다면 인수나 투자 결정도 과감히 포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 발굴 분야가 넓어지고, 기존 무역업에 비해 사업 형태도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현대코퍼레이션은 인재 육성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여러 업무를 복합적으로 잘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인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라 고 강조했다.
2022년 6월 1일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