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 근속하고 지난달 퇴직…”IMF때 韓동전 3억개 印 수출” –
지난달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에서 1976년 설립 이래 최장 기간 근무한 퇴직자가 나왔다. 그런데 주인공은 한국인이 아닌 인도인 존(B V John·61·사진)이었다. 회사에선 ‘존 부장’으로 통한다. 그는 1986년부터 35년간 ‘현대 상사맨’으로 일했다. 앞서 2년간 현대중공업에 몸담았던 것까지 더하면 37년을 ‘현대(Hyundai)인’으로 산 셈이다.
인도 뉴델리에 거주 중인 존 부장은 2일 매일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갈 때마다 동료들과 북한산 등반, 노래방 회식을 하고 불고기에 소주와 막걸리를 곁들이다 보니 DNA가 한국화됐다”면서 “유럽·중동·아프리카 등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경험과 경영지식을 쌓을 기회를 준 회사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입사 당시만 해도 현대를 아는 인도인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인도에서 가장 유명하고, 힘 있고, 신뢰받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고 덧붙였다.
존 부장은 한국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한국조폐공사·풍산과 손잡고 인도에 2루피 동전 3억개(17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따낸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기억했다. 그는 “영국 러시아 독일 중국 등과 경쟁에서 이겼기에 기쁨이 유독 컸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 그는 전 직장인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2018년 나이지리아에 630억원 규모의 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를, 이듬해 인도 원자력발전소에 570억원 규모 비상발전기를 판매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4년, 20대의 John 부장과 동료 Dangi 고문
올해부터 자문 역으로 현대코퍼레이션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 존 부장은 회사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인도의 ‘자국 내 생산’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인도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철강·조선·건설·통신·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도는 언어 수만 22개에 달하고, 여러 가지 문화적 장벽이 있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의사 결정과 시스템이 느린 편”이라며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인내심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존 부장은 “원격 거래가 이뤄지고 자체 생산 기조가 강해지면서 무역상사 비즈니스가 위협받고 있다”며 “신사업 기회를 찾고 뛰어들 사업과 그러지 말아야 할 사업을 구분하는 데 오감(五感)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2022년 2월 3일